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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양대 현안…
‘미국 대선’과 ‘OPEC 정기총회’
2017년 02월 02일 (목) 기업앤미디어 web@biznmedia.com
11월 8일에 치러질 미국 대선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누가 당선되든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질서, 그리고 한미 관계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기총회에서 ‘과연 감산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는가’ 하는 점도 관심이다. 지난 9월에 열렸던 알제리 임시총회에서 하루 75만 배럴 감산에 합의해 올해 정기총회에서 그 어느 해보다 감산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45대 미국 대통령’이 11월 8일에 치러질 선거에서 최종 확정된다. 지금까지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높으나 여전히 변수는 있다. 막말, 음담패설, 세금포탈, 이민자 비하 발언 등과 같은 결격사유에도 불구하고 백인을 중심으로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지지층이 의외로 두텁기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 도널트 트럼프. 누가 대통령이 돼든 대선 이후 미국 경제정책 방향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올해 7월 전당대회 이후 벌어졌던 정책대결을 보면 알 수 있다. 가장 눈에 띠는 것은 전반적으로 ‘진보’ 성향이 높아진 점이다. 미국 국익 회복에 초점을 맞춘 트럼프의 민족주의 정책이 폭넓은 지지를 받으면서 힐러리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기업가 출신답게 트럼프는 미국이 다시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현행 최대 38%인 법인세와 39.5%인 개인 사업체(소규모 업체 포함) 세율을 15%까지 대폭 낮춰야 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클린턴은 법인세율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조세회피목적으로 기업이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국적 포기세(Expatriation Tax)’를 도입할 것이라는 색다른 공약을 내세워 눈길을 끌고 있다.

대외통상 분야는 보후주의 색채를 더 강화하자는 데 두 후보가 기본적으로 의견을 같이 한다. 종전 대선에서는 민주당은 ‘보호주의’, 공화당은 ‘자유무역주의’를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 오히려 트럼프는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무역협정(TPP) 등 기존의 대외통상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전 세계인을 긴장케 하고 있다.

   
 

누가 당선되던 한미 관계 커다란 변화 가능성
특히 중국, 일본, 멕시코, 대만, 한국 등 대규모 대미국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에 대해 최대 45%에 해당하는 ‘고관세(high tariff tax)’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서슴없이 밝히고 있다. 또 이들 국가 통화 가치의 대폭적인 평가절상을 요구하는 등 환율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30년 동안 미국 국민의 실질소득이 정체된 것은 자유통상정책의 피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나온 극단적인 공약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민정책에 대해 클린턴은 ‘포용’, 트럼프는 ‘철퇴’ 방침을 내세워 대조적이다.

트럼프는 멕시코 국경에 대형 장벽을 설치해 신규 불법 체류자를 원칙적으로 봉쇄하겠다는 방침을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 때부터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모든 무슬림 입국을 금지시키겠다는 입장도 밝혀 벌써부터 이슬람 국가연합(IS) 등 국제테러단체(미국 내 자생적 테러단체 포함)의 공적이 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전통적인 동맹국에 대한 정책도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클린턴은 ‘함께 강해진다(Stronger Together)’는 공생적 슬로건이다. 반면 트럼프는 ‘위대한 미국을 재창출하자(Make America Great Again)’는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히틀러식 국수적인 슬로건을 내걸고 동맹국과의 관계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국 주둔 미군에 대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한국 정부가 100% 방위비 부담을 하지 않을 경우 완전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미국 국익 확보에 최우선순위를 두는 ‘먼로주의’의 부활이다.

두 후보 간 의견을 같이하는 유일한 분야가 보건복지 공약이다. 미국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료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기본골격은 동일하다. 하지만 트럼프는 2012년부터 오바마 대통령이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의료보험을 가입해야 하는 ‘오바마케어(PPACA)’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경쟁 촉진을 통해 약값 하락 등을 유도해 의료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11월 8일에 치러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질서, 그리고 한미 관계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 시점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힐러리가 제45대 대통령으로 선출될 경우 경제 분야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날 변화는 ‘여성화(Woman omics=Woman+Economics)’ 물결이다.

   
 


한국도 여성화 물결이 얼마나 심하게 불어 닥칠지 궁금하다. 2014년 2월에는 미국 중앙은행 설립 이후 처음으로 재닛 옐런 여성 의장이 선출됐다. 국제적으로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교적 잘 대처해 왔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올해 2월에는 크리스틴 라가르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연임됐다.

유럽에서는 엥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실질적인 맹주 역할을 해오고 있는 가운데 브렉시트를 담당할 차기 영국 총리로 테리사 메이 현 내무장관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관심은 ‘감산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는가?’에
올해 11월에 미국 대통령 선거 이상으로 전 세계인의 이목이 쏠려 있는 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기총회에서 ‘과연 감산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지난 9월에 열렸던 알제리 임시총회에서는 하루에 75만 배럴 감산하자고 원칙적으로 합의해 올해 정기총회에서 그 어느 해보다 감산 가능성이 높아졌다. OPEC 회원국은 국제유가가 ‘파이널 드로(final draw)’ 국면에 놓임에 따라 재정적으로 심한 고통에 시달려 왔다.

파이널 드로란 전쟁에서 뚫리면 패전과 직결되는 최후 방어선으로 손익 분기점과는 다른 개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원유생산업체는 손익 분기점은 배럴당 50달러 내외로 보는 반면 파이널 드로는 40달러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2월에 유가가 배럴당 26달러대까지 떨어질 정도로 심한 파이널 드로 국면에 빠지면서 베네수엘라 등 원유 수출국은 경제위기에 몰렸다. 중동 산유국은 오랜만에 악화된 재정사정을 보충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했다. 각국 경제에 ‘디플레이션’ 공포에 몰아 넣으면서 종전의 통화정책 근간을 흔들어 놓았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그 어느 국가보다 컸다. 국내 건설사의 중동 수주뿐만 아니라 대중동 수출도 급감했다. 미국, 유럽 등 잇따른 선진국 위기 속에 피난처(shelter) 목적으로 들어왔던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 회원국의 국부펀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국제유가가 100달러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2014년 상반기 이후 원유시장 참여자 움직임에는 두 가지 의문점이 있다. 하나는 파이널 드로 국면에 처하면서 심한 어려움을 겪었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면서도 실제 행동에는 나서지 못하느냐 하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을 비롯한 비OPEC 산유국도 감산은 고사하고 증산에 또다시 열을 올리느냐 하는 점이다. OPEC는 대표적인 생산 카르텔이다.

회원국 간 결속력 못지않게 감산해 유가도 끌어 올리면서 원유판매대금도 늘리려면 원유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비탄력적’이어야 한다. 만약 탄력적이라면 감산하더라도 유가 상승폭보다 원유수요 감소폭이 더 크게 줄어들어 원유판매대금이 감산 이전보다 줄어드는 자충수를 두게 된다.

   
 

향후 유가는 공급보다 수요 요인에 좌우될 듯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특정재화의 가격이 변하면 그 재화의 수요량이 얼마나 변동하는가를 나타내주는 지표다. 수요량 변동량(△Q/Q)를 가격 변동폭(△P/P)으로 나눠 산출한다. ‘1’보다 크면 ‘탄력적’, 작으면 ‘비탄력적’이라 부른다. 특정재화의 대체재가 많아질수록 탄력적으로 변한다. 원유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다른 ‘D1’은 탄력적, ‘D2’는 비탄력적인 원유수요곡선이 있다고 하자.

OPEC 회원국이 감산하면 원유공급곡선은 S1에서 S2로 좌상향으로 이동하게 된다. 각각의 원유판매대금은 ‘D1’일 때에는 감산 이전보다 작아지고, ‘D2’일 때에는 훨씬 커지게 된다. 원유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탄력적일수록 원유판매대금은 줄어들게 된다. 1960년 9월 창립된 OPEC은 두 차례의 오일 쇼크가 발생했던 1980년대 이전까지는 그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그 후 대체에너지 개발이 속속 이뤄지면서 국제원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지고 원유수요곡선도 탄력적으로 변해 감산하더라도 원유판매대금이 늘어나지 않았다. 특히 미국이 세일가스 개발 등으로 원유판매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지고 있다.

또 하나의 의문점은 비OPEC 국가도 유가가 급락하는데도 감산보다 증산에 참여하게 하느냐를 간단한 게임이론인 ‘죄수의 딜레마’로 풀어보자. 국제원유시장은 OPEC와 비OPEC 국가로 양분돼 있다. 갈수록 비OPEC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두 시장참여자가 쓸 수 있는 전략을 ‘감산’과 ‘증산’ 밖에 없다고 가정하면 그 답은 명확하다.

OPEC 회원국과 비OPEC 국가가 감산하면 최소한 유가는 오른다. 하지만 상대방이 증산하게 되면 오히려 감산에 참여한 시장 참여자만 손해를 보게 된다. 특히 최근처럼 원유공급물량이 적체된 상황에서는 감산한 국가는 유가와 생산량이 동시에 떨어져 원유판매대금이 급감하고 상대방에게 주도권도 빼앗기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모두 증산에 참여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게임 결과(‘내쉬 균형’이라 부른다)가 도출된다.

앞으로 유가는 공급 요인보다 수요 요인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원유 최대 수입국인 중국을 비롯한 세계경기 둔화, 파리 신(新)기후체제에 따른 화석연료 규제 등을 감안하면 원유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은 적다. 대부분 예측기관이 11월에 열릴 OPEC 정기총회에서 감산 여부와 관계없이 유가가 크게 오르지 못할 것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사
객원 논설위원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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